[중앙일보]이라크戰 명분됐던 대량살상무기 美내부서도 `못믿을 정보` 논란(2003.06.02)
미국·영국이 전쟁 명분으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를 내세웠음에도 종전 이후 증거가 나오지 않자 `WMD 증거`에 대해 연합국 내부에서조차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선 이라크전과 직접 연관된 인물들까지 나서 비판적 견해를 말하고 있다. 이라크 공격 선봉에 섰던 미 해병대 제1원정군 사령관 제임스 콘웨이 중장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는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말했다.
나아가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가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유엔에 제출한 국무부 보고서에 미확인 정보를 포함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미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31일 보도했다.
유엔 연설을 앞둔 올 1월 말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가 진위(眞僞)가 확인되지 않은 다량의 정보를 담은 연설 원고를 작성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파월 장관은 연설문 원고를 읽다가 갑자기 이성을 잃고 나머지 원고를 공중으로 집어던지면서 “나는 연설문을 낭독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성을 질렀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파월 장관과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전쟁 이전부터 이라크 무기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었다”며 “두 사람은 지난 2월 5일 유엔 안보리 특별회의가 열리기 직전 한 호텔에서 만나 약 10분간 이런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미 정보 당국이 망명 이라크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아무런 검증 없이 너무 쉽게 믿었던 게 큰 문제”라며 “CIA 정보는 거의 루머에 의존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대량살상무기 보유` 명분을 주창했던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지난주 “미국이 이라크 전쟁 명분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꼽은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다는 `관료주의적 이유` 때문이었다”며 발을 빼는 듯한 발언을 해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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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중앙일보, 2003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