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뉴스위크 “미국은 WMD 증거없이 몰아붙였다”(2003.06.02)
미국 정부가 이라크와 전쟁을 시작할 때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ㆍ보유와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 연계 등은 충분한 증거없는 추정에 불과했으며 정부의 주요 지도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있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6월9일자)가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네오컨(Neocon;신보수주의자)으로 불리는 미국 행정부내 강경파가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라크에 관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국내외 여론을 전쟁으로 몰아가려 했다고 지적했다. 정보 책임자인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라크의 WMD와 테러리스트 연계 정보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정확히 보고하지 못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런 정보 가운데 상당수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유엔에서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프레젠테이션’을 펼쳐야 했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CIA가 이라크내에 믿을 만한 인적 정보원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해 WMD에 관한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네오컨’의 대표주자격인 리처드 펄 당시 국방정책위원장이 지원하는 이라크 망명인사 아메드 찰라비 씨가 미국측에 보낸 이라크 망명인사들에게서 WMD에 관한 증언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이라크의 WMD에 관한 미국 정부내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그러나 이후 쏟아져 나온 이라크 WMD 관련 증거들 가운데 상당수는 근거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애매한 내용으로 밝혀졌다.
부시 대통령이 연설에서 `영국의 정보’를 인용해 주장한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시도는 이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이 조사를 거쳐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내렸는데도 연설문에 포함됐다. INR에서 근무하다 최근 퇴직한 그레그 틸만씨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신문에서 보고 “기절할 뻔 했다”고 회고했다.
역시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서 언급됐고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확인까지 해줬던 이라크의 핵무기 제조용 알루미늄 튜브 수입도 에너지부와 국무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핵무기와 무관한 것으로 진작에 결론을 내려두고 있는 상태였다.
파월 장관이 지난 2월 유엔 안보리 연설에 테닛 국장이 동석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관철시켰던 것도 이라크의 WMD 관련 정보가 허점 투성이인 것을 알고 사후에 혼자 책임을 덮어쓰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였다고 뉴스위크는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이라크 전쟁전 관련 정보의 수집과 분석 실태에 관해 조사가 불가피한 분위기라고 전하면서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CIA를 비롯한 정보기관이 명백히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한 사실을 들춰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신문을 통해 CIA가 부시 행정부가 듣기를 원했던 정보를 일러주지 못했을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실제로 CIA의 관계자는 테닛 국장이 파월 장관의 유엔 연설을 앞두고 가진 회의에서 “모든 이가 우리를 (첩보 영화 주인공인) 톰 크루스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테닛 국장은 “우리는 모든 침실을 들여다 볼 수 없고 모든 대화를 엿들을 수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신형 휴대폰조차 감청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뉴스위크는 “정직한 첩보요원들은 스스로 한계를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들의 상관인 정치가들은 할리우드 방식을 더욱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첩보요원들과 같이 정치가들이나 정책 결정자들도 정보의 불완전성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자료출처: 연합뉴스, 2003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