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치료병원 강제 폐쇄가 ‘알코올 유해성 감소’를 위한 것인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오비맥주 등으로 구성된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세계 굴지의 술기업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ICAP과 함께 오늘 서울팔레스호텔에서 제 5회 ‘알코올 유해성 감소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세계 주류업계가 내건 이번 국제회의의 주제는 “해로운 음주 예방을 위한 주류업계의 역할과 협력” 이다. 그러나 ‘해로운 음주 예방’을 하겠다는 주류업계는 최근 공익재단으로 운영되던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운영금을 중단하고 알코올 치료 병원인 카프병원을 강제 폐쇄시켜 버린 장본인이다.
주류업계가 체불하고 있는 카프재단의 150억의 운영금은 한국정부가 주류기업들이 내야 할 건강증진부담금을 면세해 주면서 대신 내게 했던 부담금의 일부다.
한국 주류업계는 연간 술 판매 홍보 비용으로 수천억원을 쓰지만 술 판매로 인한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알코올 문제 해결에 쓰는 돈은 그 동안 한국음주문화센터에 대한 출연금으로 명목 상 책정돼 있는 연 50억원이 전부다. 하지만 이 돈조차 제대로 내지 않아, 지금 연구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체불됐고, 재단 산하 알코올 치료병원은 돈이 든다고 강제 폐쇄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책임 운운하면서 알코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주류사들의 연 50억원의 출연금은 정부의 무책임한 관리 감독으로 인해 한 해도 제대로 납입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민의 살림을 위해 마땅히 걷어야 할 세금을 면세해 주는 국세청 고위 관리들이 주류업계가 돈을 댄 한국음주문화센터라는 공익재단 운영 이사진을 장악하고 회전문 인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그동안 오늘 5회째 열리는 국제세미나의 이름을 빌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매년 50억원의 돈을 공익재단 운영에 쓰고 있다고 거짓 보고를 한다. 그리고 이는 언론을 통해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채 홍보되었고 정부는 주류업계와 유착해 이를 모른 척 해 왔다.
한국음주문화센터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체불임금도 감내하면서 지난 석달이 넘도록 주류업계에 밀린 출연금 지급을 요구하며 카프재단과 카프병원의 공공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싸워왔다. 우리는 술을 판매해 돈을 버는 주류기업들에게 더 이상 알코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재단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주류업계는 국민과 약속한 미납 출연금 150억원과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공익재단에서 손을 떼야 한다. 또한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는 거짓말이 난무하는 주류업계 국제회의에 들러리로 참석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 복건복지부는 주류업계 들러리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카프재단과 카프병원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해 알코올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우리는 오늘 초국적 술기업들이 벌이는 이런 기만적인 국제회의의 진실을 온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초국적 술 기업들의 청부과학자들의 모임인 ICAP과 주류업계의 술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는 이런 국제회의에 들러리 서지 않을 것을 촉구하며 이 거짓으로 점철된 국제회의를 책임지고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오늘 행사를 주최하는 이른바 ICAP은 그 기원자체가 세계 거대 주류회사인 디아지오 등이 만들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단체로서 “알코올 정책을 위한 국제센터”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중보건에 해로운 입장을 퍼뜨려온 단체다.
ICAP은 지금까지 이른바 “균형잡힌 접근”을 표방하면서 알코올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를 복잡한 것처럼 포장하는데 주력해온 단체다. 예를 들어 ICAP은 보고서를 통해 “알코올과 폭력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술을 마시는 태도가 술을 마시는 양만큼 중요하다”라고 주장하여 음주의 위험성을 희석시켜왔다.
또한 ICAP은 “합의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음주운전 기준규제의 중요성을 낮추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 “임신중 음주”에 대해서도 “중등도의 음주가 해롭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강 파괴 민간 단체다.
공중보건학계에서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 세계보건기구의 지침도, 주류기업들의 간접적 마케팅활동을 규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대한 주류기업들의 후원활동을 금지 또는 규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스스로가 조인한 세계보건기구 지침에 따라 알코올문제에 대한 개인책임을 강조하고 정부규제의 효과를 깎아 내리려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청소년 금지 행사(19금 등급)으로 지정해야 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알코올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크다. 가장 최근에 나온 연구결과인 “2010년 국제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2010 study)”를 보더라도 한국의 질병부담 중 알코올문제가 가장 큰 질병부담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음주관련 지표들을 보면 연간, 월간 음주율이 각 77.0%, 59.4%이고 음주관련 사망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 그러나 한국은 오직 음주허용 연령 제한만을 하고 있을 뿐, 그 외의 주류 판매장소 및 시간제한 정책이나 지역 인구수에 따른 주류 판매업소의 제한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술 판매를 규제하는 다른 선진국과 다르게 한국의 경우, 1년 365일 24시간 동안 어디에서도 모든 주류를 판매하도록 허용해 놓았다. 거대 술 기업들의 눈치를 보는 정부의 부족한 규제정책 때문이다.
오늘 팔레스호텔에서 열리는 이 호화스러운 국제회의는 전 세계 주류기업들은 술 판매로 인한 건강 악화와 알코올 피해 문제를 가리기 위한 술기업들의 ‘기업이미지 세탁’을 위한 것이다. 또한 주류기업이 규제대상이 아니라 마치 정부의 협의대상인 것처럼 가장하고, 음주문제가 정부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개인책임의 문제인 것처럼 홍보하는 기만적 홍보의 장일 뿐이다.
우리는 술 기업들의 술 마케팅을 위한 국제회의를 반대하며 주류업계가 국민건강을 기만하는 공익재단 운영에서 깨끗하게 손을 뗄 것과 정부가 나서서 더 이상 알코올 피해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없도록 알코올 규제에 대한 제대로 된 공공정책을 내 놓을 것을 요구한다.
이윤보다 생명이다! 쥬류협회와 한국정부는 국민 건강을 팔아 술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건강워시(Health-Wash)’를 중단하라!
2013년 9월 25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세상네트워크,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사회진보연대, 무상의료실현운동본부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생협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노동자연대 다함께,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동하는 의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