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 복지부장관 내정에 대한 논평
경험과 지식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산업화’ 추진자에 대한 복지부장관 내정 철회해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되었다.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되었기에 책임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한다. 영리병원추진부터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무능한 문형표 장관의 경질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달 28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메르스 종식 선언에 부쳐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면피용 정치선언이라고 규정한바 있다.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 역시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에게 준 면죄부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가 이토록 확산된 이유와 원인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의료민영화 추진자인 문형표 장관을 경질하면서 그 후임자로 의료수출과 원격의료에 앞장서온 인물을 내정함으로 의료민영화와 의료수출론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한번 천명했다.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의 복지부 장관 내정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부족한 공공의료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원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의료수출론을 키워 SK텔레콤등이 벌인 개인의료정보의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의료산업화에 가속화를 꾀할 인사 정책이다.
우리는 최근 4,400 만명, 국민의 90%에 가까운 개인질병정보가 미국기업에게 판매돼 검찰 기소사태까지 이른 개인질병정보의 민영화까지 추진하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신 의료민영화’ 정책이 아닌지 우려하며 이번 복지부장관 돌출인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의료민영화 추진자인 문형표 복지부 장관 경질과 함께 정부가 응당히 할 일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과 및 종합대책을 내놓은 일이다. 메르스 사태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그 피해자들과 사망자들의 억울함과 슬픔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재난이 왜 국가에 의해 관리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 확대 되었는가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그리고 그 규명과정 속에서 보건복지부의 수장의 책임이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어떤 개혁과제를 수행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것이 정부의 기능이다. 그러나 황교안 총리의 메르스 종식 선언이나 오늘의 문형표 장관 경질을 보면 정부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책임면피를 위한 관료행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둘째, 이번 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청와대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정진엽 내정자를 소개하였지만 그는 공공의료 강화에 아무런 관련도 발언도 공헌도 한 바 없다. 오히려 그는 2008년~201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동지역 의료수출을 추진한 인물이다. 또한 의료기기 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상생포럼 총괄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의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국민의 보건복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인 것이다.
셋째,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진료부원장 시절 노동감시와 통제 정책으로 악명높은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한 장본인이다. 6시그마 정책은 제조업 공정에서 불량품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노동통제기술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감시와 통제를 통해 “마른 수건을 쥐어짤 수 있을 때 까지 쥐어짜는’ 경영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병원을 제조업 공장이나 기업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병원내 도입하기 어려운 정책을 도입한 장본인인 것이다.
정진엽 전 병원장은 상품 생산이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 수행에서 6시그마 경영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IT기업들의 도움을 빌어 환자를 돌보는 치료를 ‘표준화’ 시키는 일을 수행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이라는 의료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바탕을 만들어 왔다. 이는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의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주)를 설립하는 근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헬스커넥트(주) 사장을 분당서울대병원장이 역임해 왔고, 분당서울대병원을 통해 환자들에게 헬스온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도 분당서울대병원이 의료정보 민영화 추진에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분당서울대병원장 임명권은 서울대병원장에게 있다. 서울대병원의 의료영리화가 가속화되었던 성상철 전 서울대병원장(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시절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장 임명이 이루어진 점을 볼 때 본원에서는 노동조합 반대로 강력하게 추진되지 못했던 의료정보 상업화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이 45.34% 지분을 가진 이지케어텍(주) 등과 추진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보건복지에 아무런 경험과 지식이 없는 정진엽 내정자에 대한 돌출인사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중동 의료수출론’ 을 다시 꺼내들고, 개인질병정보를 활용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등의 정책을 재가동하려한다고 판단한다. 보건복지 행정에 대한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정보시스템을 해외 수출하는 일을 추진해 온 정진엽 내정자는 이런 대통령 정책을 수행하는데 ‘맞춤형’ 일 것이다. 또한 함께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 내정된 김현숙 새누리당의원도 복지수석에 걸맞지 않는 반복지 정책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기업들과 약속한 돈벌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를 아예 ‘복지는 없는 의료상업화 부처’ 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 국민을 참담하게 하고 한국의료의 민낯을 보여준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성도 없이 한국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길 이번 인사를 보며,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추진하고자 하는가가 분명해졌다고 판단한다. 정진엽 내정자 임명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를 더욱 벼랑끝으로 내몰겠다는 대통령 자신의 의지이며 다시한번 국민의 복지와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다. 메르스 사태때도 국민과 싸우느라 메르스를 확산시킨 대통령이 이번 인선에서도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진정 대통령 측근에는 국민 건강과 생명 그리고 복지를 책임질 인사는 없다는 말인가 (끝)
2015. 8. 5(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