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홈리스행동
- 비인권적인 집단밀집시설이 아니라 제대로 된 ‘머물 수 있는 주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노숙인시설 집단감염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서울역노숙인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어제(1일)까지 총 54명의 집단감염자가 발생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응급잠자리’에서 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하다. 동부구치소에 이어 정부가 집단시설을 밀집 운영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도 이 시설들을 다시 열어 유지할 방침이다. 우리는 차별적 방역조치로 또 다시 취약계층이 피할 수 있는 집단감염에 놓여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집단밀집시설인 ‘응급잠자리’로는 노숙인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응급잠자리는 1m 정도의 간격으로 노숙인을 집단 거주시키고 취사시설과 화장실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해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임시방편적인 응급잠자리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이미 홈리스 인권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바 있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기존에 음성 여부와 관계없이 시설을 이용하도록 했다가, 음성 판정자에게만 이용하도록 지침을 변경한 것 외에 사실상 전무하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늘자 폐쇄했던 응급잠자리를 다시 열고 운영을 재개했을 뿐이다. 밀집시설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검사량을 늘려도 집단감염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정부가 활용하겠다는 신속항원검사는 정확하지 않아 안전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
둘째, 정부 방역지침을 지킬 수 있도록 노숙인에게 ‘머물 수 있는 집’ 과 차별없는 보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잠자리’라는 이름의 임시보호시설이 아니라 노숙인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주거 환경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숙인들에게 철저한 거리두기 방침을 강조하고 감염위험이 높은 밀집시설에 머물도록 하면서, 방역지침을 위반하면 처벌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위험에 노출시키고 그 책임을 다시 노숙인에게 묻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혹한기에 노숙인을 거리로 내모는 것도, 위험한 밀집생활로 몰아 넣는 것도 해결책이 아니다. 노숙인은 건강상태가 취약해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에 대한 적절한 주거지원과 건강 보호 정책은 더욱 중요하다. ‘노숙인복지법’이 정한 ‘임시주거비 지원’을 보강하고 확대해, 공간이 분리되고 취사시설과 위생시설을 개별 사용할 수 있는 주거를 보장해야 한다.
최근 노숙인 확진자가 연락이 두절된 일이 발생한 것도 이들에게 확실하고 안정적인 주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19 시기 노숙인과 시민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주거보장은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기 노숙인은 정부정책 부재로 인한 소외에 직면해 있다. 휴대전화가 없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등록된 주소지가 없어 재난지원금에서도 상당수가 배제되었다. 같은 이유로 백신 접종에서도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게다가 노숙인이 진료받을 수 있는 공공 의료기관은 감염병 전담병원이 되면서 기존 환자들은 쫓겨나고 갈 곳이 없게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상황을 방치해왔다.
코로나19의 고통이 약자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요양시설 거주인, 장애인, 재소자 등에 대한 차별적 방역정책으로 집단확진자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이런 일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노숙인에 대한 제대로 된 주거를 보장하고 지원을 강화해 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