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 듯한 주요 후보들 – 공공의료(병상, 인력 등)를 확충하라. 의료 민영화·영리화 공약 철회하라.

 

 

4.7 보궐 선거의 사전투표가 4월 2일 실시된다.

선거 이슈는 온통 부동산 관련 이슈로 가득하다. LH의 부동산 부패 상황이 폭로되면서 분노가 가득하니 그럴 만도 하다. 후보들의 관련 정책들이 국민들의 이런 분노와 얼마나 접점을 이루는지는 미심쩍지만 말이다.

 

부동산 공약만 그런 게 아니다. 보건의료 정책 공약도 문제적이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이 후보들이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지금 당장 우리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출마했다면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서울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의 중심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서울시장 후보들에게서 코로나19에 대한 구체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 임기 1년 남짓의 시장이 5년 임기에도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정책들을 쏟아내기보다는 반드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현실적이고 다음 임기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공공의료가 거의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마 후보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은 많은 병원들이 집중돼 있지만 인구 대비 공공의료기관은 전국 최하위다. 그래서 3차 유행 때 6백 명에 달하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고,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는 중증환자도 병상이 없어 이송하지 못해 감염환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다. 정부는 요양병원 감염자들과 비감염자들을 이런 식으로 한 곳에 가두고는 ‘코호트 격리’라는 그럴듯한 말로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포장했다.

전국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감염자가 많은 서울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공병상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박영선, 오세훈 후보의 공약에 이런 시급함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공공의료의 권역별 전문화, 특성화 및 시립대 공공의과대학 설립”,

“시립병원의 간호간병서비스 확대 및 공공의료 종사자 처우 획기적 개선”을 공약했지만, 당장 시급한 공공병상 확보나 인력 확충에 대한 얘기는 없다. 공공의과대학 설립은 좋은 얘기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의협에 밀려 거의 포기했는데 무슨 수로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설명이 없고, 공공의료 종사자 처우 획기적 개선도 추상적이고, 지난 1년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호소에도 민주당 정부는 눈깜짝 하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미심쩍다. 공약으로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하면 될 일이다.

박영선 후보는 ‘원스톱 헬스케어 센터’를 만들어 ‘월간 헬스케어 상품’을 통해 원격의료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도 내놨다. 그리고 시민보고회에서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와 ‘보건의료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환자 데이터를 한데 모아 바이오 기업과 제약회사 등에 제공하겠다는 의료 민영화 정책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병원 관리: 위생강화, 건강검진 정확도 제고”라는 아리송한 공약을 냈다. 오 후보의 정책에는 아예 공공의료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 건강지키미(손목시계형) 통해 건강 모니터링 등”을 하겠다고 한다. 65세 이상에게 스마트워치를 보급하고 스마트헬스체계를 구축하는 데 올해 446억 원을 사용하고 향후 전 시민으로 확대하는 데 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박영선 후보와 비슷하게 원격의료를 통한 건강관리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2천억 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공공의료 확충에 사용해도 모자랄 판에 효과도 불확실하고 기업 돈벌이에만 보탬이 되는 데 사용할 계획인 것이다.

서울의 주요 후보들이 의료 영리화·민영화에 쏠려 있어 매우 유감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시장후보 김영춘은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 서부산의료원 신속 완공 → 부산의료원 역할 확대”로 공공의료벨트를 구축한다고 한다. 좋은 얘기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왜 지금 이렇게 하지 않고 있을까. 그리고 시급한 의료인력 확충은 역시 없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공공의료에 대한 언급 자체가 아예 없다. “장애인전용 의료시설 확충”이 전부다. 좋은 얘기지만 기존 의료기관들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차별을 없애는 데 더 좋지 않을까?

진보당 노정현 후보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위한 약속”으로 “공공의료벨트(동부산-서부산의료원, 부산의료원) 기능 강화”와 “생명안전수당 신설,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처우개선”을 공약했다. 모든 후보들을 통틀어 가장 바람직한 공약이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우리나라 주요 도시를 운영하려는 후보들은 코로나19와 향후 새롭게 닥칠 감염병 위기에 대처하는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 감염병은 경제와 사회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교훈을 이번 코로나19로 배우기 바란다.

 

 

 

2021년 3월 31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