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에 거리두기 완화는 극히 위험하다.

 

 

- 중환자 의료대응 여력도 정부의 위중증환자 수 축소로 과장되어 있다.

- 충분한 방역과 사회적 지원으로 생명을 살려야 한다.

 

 

정부가 4일 거리두기 추가 완화조치를 발표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일일 사망자 수가 역대 최고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스런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가 델타 유행 때보다 적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 여유가 있다면서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런데 사망자 숫자가 치솟고 있다는 것은 잘 말하지 않는다. 최근 하루 사망자는 ‘위드코로나’ 위기였던 지난 12월보다 약 두 배나 많다. 정부 발표가 있던 4일에만 216명이 사망했다.

이런 통계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중환자 숫자는 공식적으로 지난 12월에 더 많았고 당시는 심지어 병상이 포화되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았다. 그런데도 사망자는 지금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중환자 숫자가 델타 때보다 과소 추계되고 있다는 게 하나의 이유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12월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여전히 중환자여도 증상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격리가 해제되고 2월부터는 검체채취 후 7일로 더 단축되었다. 이런 환자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 중환자 수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통계적 착시를 낳고 있을 뿐 아니라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떠넘기고 있다. 여전히 중환자여도 감염력이 없어졌다고 정부가 판단하는 순간부터 치료는 온전히 개인 책임으로 전가된다. 치료비 지원제도가 애초 감염병 피해자의 고통을 경감하고 삶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염병 전파 예방’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치료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미국 소식에 혀를 찰 일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12월 정부의 조기 격리해제 조치는 당시 중환자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도입된 것이었다. 그런데 중환자병상 가동률이 낮아진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는 이 조치를 유지해서 통계를 윤색하고 환자에게 고통을 초래하면서 재정(치료비 지원에 써야 할 돈)을 아끼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런 착시 속에서도 벌써 전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56%에 달하고 대전(60.9%)과 충남(76.9%) 등 지역 중증병상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지난 2년 간 정부가 마련했다고 한 병상은 실제로 모두 운영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인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도 거의 포화에 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의료 현장은 이미 지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수 주 전이다. 2년간 간호사들이 번아웃에 시달리다가 사직해왔고 신규인력은 사라진 숙련인력의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 감염도 늘어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임시방편 외에 제대로 된 인력충원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환자병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환자들은 조기에 제대로 진단되어 치료받지 못하고 있고, 재택치료 환자들도 제 때 이송돼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80대 치매 노인과 50대 시각장애인이 길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후 확진되는 일이 있었고, 재택치료 중이던 영유아들이 병상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방역체계는 무너졌고 공무원들은 과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도 더 완화하고 여러 방역조치들을 해제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의심할 만 하다. 실제로 중수본 관계자는 ‘큰 유행을 거치면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브리핑한 바도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은 결코 델타 유행보다 덜 위험하지 않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오미크론 사망자 피크는 델타보다 높았다.

선택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100만명 당 확진자가 750명 수준에서 정점을 맞이하고 한 달 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본 정부는 1월부터 지금까지 ‘비상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영업시간을 8~9시로 단축하면 충분한 손실보상을 하고 있다. 일본의 자영업주는 지난 2년 수억 원을 지원받았다. 일본의 최근 확진자 수 감소는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처럼 정부의 방역조치와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반면 한국은 100만명 당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섰는데도 방역을 더 완화하고 있다. 자영업의 어려움 운운하면서 손실보상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치솟는 확진자와 사망자는 결코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의도적 선택의 결과이다.

정부는 서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의료 인력충원도 하지 않고 치료비도 개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일정치 않은 기준의 통계로 위험을 축소하면서 잘못된 위험소통을 하고 진단도 관리도 치료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거리두기를 더 완화해서 감염병이 널리 퍼지게 하고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거리두기를 더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오미크론의 위험과 의료역량 수준을 호도하지 말고 제대로 알려야 한다. 공공병원부터라도 간호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민간병원은 적정 간호사 고용을 강제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보건소 인력을 확충하고 재택치료와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대형민간병원이 더 동원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확산일로인 상황에서도 지난 2월에 이어 이번까지 두 차례나 거리두기를 완화했고 방역조처들을 해제했다. 대선을 앞두고 그 동안 그나마 유지되었던 이 나라의 방역성과들은 모두 무로 되돌려지고 있다. 정부는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 역할을 포기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방역’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2022. 3. 7.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