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재정지출 축소와 개인 책임 전가는 재유행을 부추길 것이다.

 

 

- 방역이 가능한 사회조건을 만드는 것이 ‘과학방역’이다. 사회적 지원을 더 줄이는 윤석열 정부의 방역은 ‘비과학 정치방역’이다.

 

 

어제(13일)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백신독려나 치료제 준비 같은 당연한 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긴축 기조를 방역에도 적용해 정부 역할은 포기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전파력이 높고 면역 회피가 큰 BA.5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확진자, 입원환자, 사망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BA.5가 이미 한차례 지나간 포르투갈에서는 이전 오미크론 유행 때 만큼이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은 2~4월 오미크론 유행 시기 초과사망률(excess mortality)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나라다. 당시에도 유행규모는 정부 예측을 비웃듯 치솟았다. 이번 재유행에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안이하다. 정부의 확산 방지 대책은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와 자발적 거리두기’ 밖에 없다. 그러면서 지원은 축소했다. 정부가 유급휴가비, 생활지원비, 재택치료비 지원을 축소한 것 때문에 생계가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진단받기를 꺼릴 것이다. 취약한 사람들은 건강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또 증상이 있어도 숨기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재유행이 더 빠르고 커질 것이다. 정부는 ‘재정여력’ 때문이라고 하지만 법인세 인하와 부자감세를 할 여력이 있는데 방역에 이 돈을 아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격리의무 기간을 단축하기만 해도 지역사회 ‘잔존 감염량’이 크게 늘어난다며 7일 격리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격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파괴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과학은커녕 상식에 어긋난다.

재정지원과 사회정책은 축소하기는커녕 대폭 늘려야 한다. 기존에도 생활지원금은 갈수록 줄어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 또 유급병가도 없고 상병수당은 겨우 최저임금의 60%를 지원한다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한국에서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경증 외래환자 뿐 아니라 위중증 입원환자 치료비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은 여전히 격리 7일이 지나면 코로나19 환자로 분류되지도 않고 치료비도 수천만원 씩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고통과 통계누락을 방치하면서 무슨 ‘과학방역’이 되겠는가?

사회적 거리두기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엄중한 경제적 상황과 낮은 수용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수용성이 낮은 이유는 지난 2년여 간 정부가 충분한 재정지출과 사회적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다. 필요할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하면서 자영업자들과 서민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그것을 당장 시행해야 할지 과학적 판단을 해야 하며, 시기가 결코 늦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면서 엄중한 경제 운운하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 정부가 생계·감염병 위기라는 2중의 위기에서 긴축을 밀어붙인다면 서민들은 커다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객관적 조건이 아닌 명백히 정부 정책에 있다.

 

또 의료대응 역량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정부는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면서 여전히 ‘파견인력’에 의존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2년 넘게 확인했다. 파견인력 고용지원비를 일부 지원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의문이다. 지난 해 마련한 코로나 병상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준수하도록 병원을 강제하고 공공병원부터 정부가 돈을 써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간호사 수가 최소기준 이상이 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코로나19에 건강보험과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고 확인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에도 ‘재정효율화’를 내세워서 정부부담을 줄이고 의료보장을 축소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서민들의 보험료가 18% 가까이나 인상될 위기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공병원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민들이 약속받은 제2의료원을 무산시켰고 지방의료원 상당 수가 윤석열 후보시절 공약대로 대형병원에 위탁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방역과 치료가 가능한 사회조건을 만드는 것이고 그게 ‘과학방역’이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재정긴축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비과학’ ‘정치방역’이다. 우리는 엄중한 재유행 초기국면에 정부가 시민들의 생명을 지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2022. 7. 14.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