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경제자유구역법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

기 자 회 견 문

정부는 작년에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을 바탕으로 6월까지 시행령을 제정하고 7월 1일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에 따라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를 두고 관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에도 노동, 환경, 여성, 교육, 보건의료, 장애인 등 수많은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는 이 법안이 가진 파괴적 내용에 대해 강력히 문제제기 했으며 반대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어떠한 개선도 없이 강행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추진중인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에 따른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
첫째, 경제자유구역법은 노동자의 기본권리, 여성의 기본권리를 박탈한다. 월차휴가 폐지, 주휴·생리휴가 무급화, 전문업종에 관한 파견업무 확대, 단체행동권 제한, 장애인과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은 노동기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개혁적 노동정책,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현하겠다는 노무현 정부가 이를 부정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경제자유구역법은 환경규제에 관한 법 적용을 면제하여 환경파괴를 부추긴다. 환경관련법률 34개에 근거한 인허가 절차를 생략하게 하여 사실상 환경규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관련부담금을 감면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환경규제를 피해가게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개발공사가 예정되어 있고, 지자체에서도 앞다투어 개발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전국 각 지역으로 무분별한 난개발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

셋째, 경제자유구역법은 교육개방을 시행하여 공교육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 영리목적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자유화, 중·고등학교 이상의 교육기관 개방, 외국인학교에 대한 내국인입학 제한 폐지, 교직개방으로 인한 교사신분 불안, 국제고 설립으로 인한 학교서열화 등은 결국 교육개방을 전면화하고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것은 공교육을 내실화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넷째, 경제자유구역법은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 폐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등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이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한 요양기관으로 간주되지 않음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이윤추구에 골몰하는 의료기관들이 완전 상업의료체제로 될 것이다. 또한 외국인 대상으로만 진료한다지만 인천시에서 지금 추진하는 것을 보면 내국인 진료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경제자유구역법은 조세징수권을 사실상 포기한다. 개발사업자에게 법인세, 소득세, 관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을 감면해주며, 외국인투자기업의 국세·지방세 및 국·공유재산의 임대료를 감면해주게 되어 있다. 이는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나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며 이는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여섯째, 경제자유구역의 전국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지자체장의 신청으로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에 의해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전국 대부분이 지정 가능하다. 이것은 특히 재벌을 비롯한 자본가단체들이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또한 외국인투자기업의 기준이 주식의 10%이상이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포함될수 있는 바, 이는 외자유치를 빌미로 국내 재벌들에게까지 막대한 특혜를 부여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지난 인수위 시절에는 5대재벌에 경제자유구역을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일곱째, 경제자유구역은 외국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투기활동을 부추긴다. 외자에 대한 어마어마한 특혜로 인해 더욱 많은 투기적인 금융자본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고 이들은 어떠한 생산활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고리대업자들처럼 엄청난 이익을 올릴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조그만 불황에도 이들은 과잉 반응하여 국내에서 급격히 빠져나가 국내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는 해고와 구조조정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끝없는 악순환이다.

이렇듯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 시민사회운동에서 반대하는 경제자유구역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외자유치를 한답시고, 국민의 권리를 온통 내준다면 그야말로 이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서울, 인천, 경기, 충남, 대전, 광주, 부산, 경남 등 거의 모든 지자체들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경쟁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외자유치를 위해 누가 더 많이 퍼주기식 혜택을 주는지 내기라도 하는 듯 ‘바닥을 향한 경쟁’에 한창이다. 그 과정에서 지역간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내에서도 심각한 의견대립을 발생시키고 있다. 지역개발 만능론, 지역이기주의가 판치면서 정부가 말하는 지역통합이나 지역균형발전은 온데간데 없고,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효과도 의문시되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대로 하더라도 동북아경제중심을 추진하기 위해 굳이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물류, 비즈니스, 첨단산업 중심을 형성하려면 적절한 투자를 통해 산업의 질을 높일 일이지 노동이나 환경비용을 줄이고 막대한 인센티브를 주거나 특정지역을 구시대적인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어서는 될일이 아닌 것이다.

노동, 환경, 여성, 교육, 보건의료 등 국민의 기본적인 삶과 권리를 담보로한 도박이 아니라면 노무현 정부는 당장 경제자유구역법을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각 지자체는 경쟁적 유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사회적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동북아경제중심이 아니라 인권과 평화, 정의, 환경, 공공성 등의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놓고 구현하는 그런 동북아중심국가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오늘 우리는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범국민대책위’를 출범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며 교육과 의료를 개방시키는 등 문제점으로 가득찬 경제자유구역법을 즉각 폐기하라!
하나, 각 지자체는 경쟁적인 경제자유구역 지정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정부는 동북아경제중심 및 경제자유구역 계획에 대해 전면적인 사회적 재논의를 실시하라!

2003년 4월 23일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
<참가단체>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국제정치경제포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시민사회연대, 기업책임시민연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노동건강연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인권회관, 노동자뉴스제작단, 노동자의 힘,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녹색연합, 녹색평화당, 다함께, 문화개혁시민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족정기수호협의회,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의료연합, 반미여성회, 범민련 남측본부, 보건복지민중연대, 사회당,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새사회연대, 서울YMCA, 서울여성노동조합,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영화인회의, 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외국인노동자대책위원회,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공무원노조, 전국노동단체연합,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교운동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축협노동조합, 전국학생대표자협의회(준), 전국학생연대회의, 전국학생회협의회, 전태일기념사업회, 정보공유연대 IP Left, 진보교육연구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청년환경센터, 축협중앙회노동조합, 통일광장,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 한국가톨릭농민회, 한국기독교농민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21세기진보학생연합,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 NCC도시농어촌선교위원회
전국민중연대,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WTO교육개방저지공투본, 비정규직 공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