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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허용 반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초안)
정부는 사회양극화 및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할 병원의 영리법인화 방침 철회하고 공공의료 확충에 나서라
보건복지부는 5월 13일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고 비영리법인에게도 채권으로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허용하겠다는 ‘의료서비스육성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같은 정책이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의료의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방침의 철회를 주장한다.
첫째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허용은 한마디로 ‘병원의 기업화’를 말한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민간의료기관은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 모든 국민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제 정부가 나서서 자본참여와 이익배분을 보장하는 영리법인을 허용하여 병원들의 공공성을 지켜주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술은 더이상 인술이 될 수 없으며, 병원의 목적은 환자의 적절한 치료가 아니라 최대한의 이윤추구가 된다. 따라서 병원의 영리볍인화가 허용되면 의료비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이다.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이 의료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국민총생산의 6-8%를 쓰면서 대다수 국민들에게 비교적 평등한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국민총생산의 14%를 의료비로 쓰면서도 4,500만명이 아무런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국민의 절반이상이 한국의 건강보험수준에도 못미치는 의료보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은 곧 국민의 의료비 부담의 폭등과 국가적인 의료비 낭비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둘째, 정부가 말하는 의료기관 영리병원화의 장점들은 근거가 없거나 희박하다. 우선 정부가 장점으로 들고 있는 해외환자의 유치나 신기술도입의 활성화는 현재 체제로도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극도로 시장화된 한국의료체계 탓에 지나치게 허용되고 있다. 해외환자유치는 현재의 비영리기관인 체계로도 잘 진행되고 있으며, 신기술의 도입은 오히려 너무 빨리 진행되어 문제일 정도다. 예를들어 병원들은 CT와 MRI가 보험적용이 되지 않을 당시 이 신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하여 한국이 인구당 CT, MRI 3위 보유국이 되었다. 이제 MRI가 보험적용이 되자 비보험항목으로 이윤을 챙기는 병원들은 신기술인 PET(페트)를 재빨리 도입하여 이미 국내에는 무려 45대의 기기가 있다. 한 기당 100억에서 200억 하는 이 PET(페트)는 유럽에서도 나라당 2-4 대 정도일 뿐이다.
또한 정부는 영리병원화의 장점으로 고용창출효과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의료부분의 고용창출효과가 가장 높은 나라는 공립의료기관이 가장 많고 국가에 의한 의료보장률이 가장 높은 스웨덴과 영국이다. 국가의 사회공공서비스부문 투자로 그 분야에 질높은 고용이 창출되고 이에 따른 내수경제활성화가 이루어지는, 선순환적인 사회공공서비스분야의 발전이 우리의 희망이다. 그러나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처럼 의료부문을 영리자본에 맡기면, 최근 미국의 GM사가 고용에 따르는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정크본드로 추락한 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고용창출은 오히려 저해되며, 의료부문의 고용 또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병원의 영리법인화가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정부의 주장 또한 근거가 없다.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해보면 영리병원이 의료비는 많이 부과하는 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낮다는 것이 미국 현지에서 행해진 여러 연구의 결과이다.
셋째, 정부는 우리나라의 의료가 마치 공공성이 어느정도 확립되어 있는 듯이 전제하고 영리병원의 허용이 공공성과 시장의 조화를 가져올 것으로 이야기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OECD 평균인 75%의 1/10 수준인 8%이고 건강보험보장성도 약 50%정도로 공적의료보장율이 73.1%에 이르는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낮다. 즉, 한국의 의료체계는 민간의료기관과 민간의료보험이 과잉활성화되어 있는 극도로 시장화된 체계이다. 공공성과 시장이 조화를 이룰지도 의문이지만 백보를 양보하여 그 논리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이미 한국의 의료체계의 추는 시장으로 넘어가도 한참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정부의 논리는 공공의료기관이 대폭확대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대폭 확대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공공성이 극히 취약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영리병원마저 허용되면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선택권의 보장이 아니라 높은 의료비일 뿐이다.
넷째 우리는 병원의 영리병원화가 결국 한국의 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병원의 영리병원화는 다수의 민간의료기관의 영리병원화로 귀결될 것이며 이는 결국 이미 과잉활성화 되어있는 민간의료보험과의 결합으로 귀결될 것이다. 폭등하는 의료비를 건강보험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건강보험증이 모든 병원에서 통용되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폐지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이미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추진중이며 경제자유구역내에서 이를 폐지한 점으로 미루어볼때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결국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고급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1등 국민, 재정이 극도로 축소된 공적건강보험에 남는 2등 국민의 ‘두 개의 의료’와 ‘두 개의 국민’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병원 영리병원화의 귀결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의 병원 영리병원화 방침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환자가 공보험의 적용을 받는 병원을 찾아 헤매거나,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비싼 의료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은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영리병원의 허용, 비요양급여 기관의 확대와 민간의료보험의 확대가 그간 대형병원 및 보험사들을 비롯한 재계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개편방안은 재계의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정책이다.
사회양극화를 막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의료정책이란 것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치료접근권을 제약하고, 대형병원과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병원의 기업화’일 수 있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최근 기획예산처 등의 보육료 자율화 주장에서도 나타나듯,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보육, 교육, 의료, 문화등의 분야에서ꡒ서비스산업육성ꡓ을 표방하면서 핵심적인 사회정책 영역에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시장만능주의를 도입하려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말로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공공성 강화를 얘기하면서 자본의 이해와 논리를 따라 다니는 노무현 정부의 태도를 엄중히 규탄한다. 특히, 우리는 이 같은 정책을 현 정부인사중 가장 개혁적인 인물중의 하나로 자부하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앞장서 추진하는 상황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을 이대로 추진할 시 노무현 정부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의료를 붕괴시킨 장본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지금 한국 의료에 필요한 것은 병원의 영리병원화가 아니라 국민들의 치료접근권의 보장과 건강보험의 강화 및 사회공공서비스분야의 공공성 강화이다. 정부는 공공의료 정책의 붕괴와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방침을 즉시 철회하라. 만일 정부가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이대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의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밝힌다.
2005. 5. 18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의료기관 영리병원화 허용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2. 현 정부는 민간보험 활성화대책을 철회하고 건강보험 및 공공의료강화정책을 시행하라
3. 현 정부는 사회정책분야의 공공성 포기 및 시장만능주의적 서비스산업화육성정책을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