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철도 비정규직 시설 노동자 5명 산재사망,
철도업무 도급화와 인력부족이 핵심 원인이다!
오늘 새벽 인천공항철도에서 선로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던 비정규직(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올 한 해 끊임없이 발생했던 차량 고장, 선로 고장 등의 문제로 곧 대형사고가 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더욱 참담하다. 이번 사고도 지난달 말 철도공사가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철도시설 유지보수 분야 업무를 추가로 도급하겠다는 발표를 한 지 채 열흘 남짓한 시점이었다.
철도는 지난 10여 년간 구조조정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5천여 명의 인력을 줄였다. 앞으로도 5천여 명의 인력을 추가 감축할 계획에 있다. 그 사이 KTX 부산선, KTX 전라선, 인천공항철도가 추가로 개통되었다.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감축했고, 줄일 계획이 있으니 기본 운영이라도 하려면 외주화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철도공사 측은 노동자들의 선로 작업을 ‘무단침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철도, 특히 선로 유지보수업무 중에 발생한 노동자 중대재해 사고를 분석하면 두 가지 문제가 핵심 원인이었다. 첫 번째는 열차 감시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안전규칙에는 궤도에서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열차 감시자를 세워야 한다고 규정했다. 도급 사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세고 열악한 조건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열차 감시자를 세우기 어려운 형국이다.
두 번째는 의사소통 기능의 문제였다. 2003년 2월15일에 발생했던 신태인역 사고가 이번 사고와 완전히 똑같은 구조이다. 신태인역 사고는 철도 103년 역사상 최대 노동자 사고로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7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노동자들은 당시 작업 선로로 열차가 진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철도청 측은 작업이 없는 줄 알고 운행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대로라면 그 때도 무단 침입인 셈이다. 12월9일 새벽에 발생한 사고 유형도 바로 의사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도급 노동자는 열차 감시자를 세우지 못하고, 철도공사로부터 제대로 된 운행정보를 받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현행법에는 하도급업체 사업주로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철도공사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인가?
사고의 전적인 책임은 작업인부 몇 명으로 구성된 지역의 영세한 인력업체가 아니라 바로 철도공사이다. 승객의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철도공사는 작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았고 작업을 제대로 감독하지도 않았다. 이 직무유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단 죽음을 부른 것이다. 죽은 노동자가 말이 없다고 철도공사는 힘없는 도급업체와 소속 노동자들에게 과실을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철도공사는 언제까지 노동자의 생명과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이윤추구 논리를 전개할 작정인가? 노동자와 승객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이윤을 축적하는 철도가 왜 필요한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철도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한다면 사기업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철도 운영의 역사는 철도의 존립 목적에 부합하는 ‘공공철도’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도급화하고 인력을 줄여왔던 철도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2011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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