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비정규직 노조 진료지원을 다녀와서,,
10월 15일(월) 저녁7시,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 진료지원을 다녀왔습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90여명은 지난달 11일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코스콤 사측은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해태했고, 얼마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과 최근 위장도급이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날이 넘는 오랜 파업농성과 경찰과 구사대, 폭력깡패로부터의 탄압으로 농성중인 노동자들은 많은 수가 근육통과 타박상, 감기 등의 질환을 호소하였습니다.
80여명의 농성자 중 30여명의 혈압혈당 체크와 문진을 하였으며, 18명에게는 투약처방을 하였습니다. 5m 철탑위에서 5일째 단식중인 노동자를 찾아가 진료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농성장 진료에는 인의협 임대성, 최규진 선생님과 이명하 간사, 건약 현수미, 이미진 선생님, 의료연대노조 최윤경 간호사님이 함께하였습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
코스콤(옛 증권전산)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다. 지난 1977년 설립된 후 30년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매매시스템 등 증권시장의 IT 인프라의 구축 및 운용을 담당해왔다. 이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이 회사는 기획예산처로부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코스콤의 업주들이 막대한 독점적 이윤을 벌어들인 반면, IT 노동자들로 알려진 코스콤 비정규직의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조건은 형편없다. 코스콤의 1천명이 넘는 직원들의 절반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했고, 증진엔지니어링이라는 사내하청을 만들어 저임금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은 20년을 일해도 월 15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을 뿐이었다. 급기야 올해 7월 비정규직 시행령을 앞두고 증진엔지니어링 소속의 비정규직들을 5개 도급회사로 떠넘기기 시작했다.
9월 11일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99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여의도 증건거래소 본관로비를 점거한 이들의 요구는 코스콤의 직접고용이었다. 20년간 ‘노조’가 없었던, 노조를 모르던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여 “고용을 보장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번 파업을 알린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쟁의조정신청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쟁의조정신청을 낸 최초의 사례였다.
코스콤의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임금 등의 근로조건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지없이 중앙노동위원회는 “코스콤을 사용자로 볼수 없다”고 판정했고, 사측은 이를 빌미로 교섭조차 임하지 않았다.
경찰의 탄압과 구사대,폭력깡패의 온갖 야비한 만행에도 코스콤 비정규직 90여명이 한달이 넘도록 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한달간의 파업 동안 코스콤 노동자들은 집회시위는 물론 본관점거, 천막농성, 고공시위, 단식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력을 다해왔다. 그 결과 일부 성과가 있기도 했다. 지난 10월 8일에는 서울지방노동청이 코스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무허가 파견업체 증전엔지니어링으로부터 근로자 130여명을 수년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법파견 의견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코스콤이 위장도급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코스콤의 현직 임직원들이 증진엔지니어링의 증권을 모두 소요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서 대표-이사-감사 등을 맡아 왔으며, 7억원의 넘는 돈을 배당받아 갔다.
우원식 의원(통합신당)은 “증전이 ‘사업주의 실체가 없는 위장도급업체’인 사실이 명백한데도 노동부가 무허가 파견, 파견기간 초과만을 법 위반으로 판단해 검찰 송치한 것은 잘못”이라며 “파견기간 2년이 넘은 근로자들은 파견법 개정 전 ‘고용의제 규정’ 적용대상이므로 코스콤이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조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측과 경찰의 탄압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도 하다. 불법파견 판정이 난 10월 8일에도 경찰이 농성장을 침탈해 74명을 연행해 가는가 하면, 매일 같이 구사대와 용역깡패들이 난무하고 있어 밤에도 편이 못자고 불침번을 서야할 형편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파업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던 코스콤 정규직 노조까지 지난달 20일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외부세력과 코스콤 경영진이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을 상대로 투쟁철회 요구 성명을 내기도 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 싸움에 목숨을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아닌 현실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길 바랄뿐이다.
“인생 헛살았다” 20년만에 차별철폐 요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오마이뉴스 9월13일자 발췌)
코스콤 광주출장소장인 김명수(39)씨는 네크워크 설치·운영·장애 처리 등의 업무를 15년간 했다. 현재 그의 월급은 155만원. 연봉으로 치면 1900만원이 안 된다. 이마저도 5년 동안 그대로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월급이 1/3도 안 된다”며 “월급날 때 속상해도 돈 때문에 술집이 아닌 집에서 김치에 소주 한잔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의 가족 얘기를 꺼낸 김씨. “초등학교 4·6학년인 아들들이 ’2학기 때 임원 하겠다’고 했다”며 “선생님 찾아뵙고 선물 살 여유가 없어 하지 말라고 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전했다. 김씨는 기자 앞에서 속상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이경호(46)씨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한 사람이다. 지난 1988년 입사해 20년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받는 돈은 한 달에 150만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자신의 상황을 이씨는 ‘차별’이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불만 있으면 나가라”는 말에 20년 동안 ‘차별’을 참았다. 이씨는 어느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고3딸 과외 한번 못시켜 줬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윽고 이씨는 “인생을 헛살았다”며 자조하듯 말했다.
“장관님, 코스콤에 한 번 와보시죠”
“장관님, 우리의 눈물을 기억해 주십시오”
9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지난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대한 ‘긴급’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도중에 토론회를 지켜보던 한 참석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소리쳤다.
“그렇게 웃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동안 죽어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또 한 노동자가 “노동부는 비정규직악법 책임져라”라는 외침과 함께, 토론회 장 뒤에는 ’20년 간 부려먹고 이제 와서 남이라니? 노동부는 불법파견 선두주자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서라’는 현수막이 펼쳐졌다.
코스콤 비정규직 두 노동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 법을 반대했던 사람이 이 법의 나쁜 점만 바라보고 그 나쁜결과가 빨리나오기만을 기대하는 그런 풍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이법은 아주 소중한 법입니다.”
두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는 토론회 장을 나서며 이상수 장관에게 직접 접은 학을 전달했다. 그 학 안에는 “비정규직 철폐, 이상수 장관님 우리의 눈물을 기억해주십시오”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