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초원에 폭격하지 마세요
- 김용택 作詩
꽃피는 초원에
포탄 쏘지 마세요
꽃피는 나무에 총 쏘지 마세요
새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에
총질하지 마세요
우리 엄마는 아기 가졌어요
우리 엄마에게 총 쏘지 마세요
내 동생은 두 살
아직 걷지도 못해요
내 동생에게 총 쏘지 마세요. 친구들이 죽어가요.
전자 폭탄에 친구들이 죽어가요.
검은 화염에 친구들이 죽어가요.
거센 불길 속에 친구들이 죽어가요.
우리가 놀던 골목에 폭격하지 마세요.
무서워요.
폭격소리 정말 무서워요.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저 포탄들
학교가 부서지고
내가 살던 집이 부서지고
거리마다 사람들이 무서워 도망다니고
피 흘리며 죽어가요
엄마들이 쓰러져요
아빠들이 쓰러져요
동생이 피 흘리며 울고 있어요
무서워요 무서워요
제발 총질하지 마세요
나무들이 서 있어요
나무에게 폭격하지 마세요
풀밭에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 놀아요
나비가 날아다니고
새들이 둥지를 찾아가요
아이들의 맨발에 총 쏘지 마세요
하늘이 찢어지고 나무들이 쓰러지고
나비 날개가 찢어져 바람에 흩어져요
무서워요
제발 폭격하지 마세요
아빠랑 엄마랑 동생 손잡고 티그리스 강에 놀러가고 싶어요
아빠 엄마 동생 몸에 총 쏘지 마세요
엄마 아빠 동생 죽고 나면 나는 누구랑 살아요
새 나무 나비 다 죽고 나면 나는 누구랑 놀아요
무서워요 정말 무서워요
제발 폭격하지 마세요
온갖 풀과 나무에 꽃이 피는 땅에
온갖 새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에
총 쏘고 폭격하고
포탄 쏘지 마세요
우린 힘이 없어요
우린 죄가 없어요
꽃이 피는 초원에
폭격하지 마세요
총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