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유엔의 ‘이라크 시대’ 종언(2003.05.22)

[BBC]유엔의 ‘이라크 시대’ 종언(2003.05.22)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 유엔의 이라크 시대는 이렇게 끝났다.

이라크 문제는 10년 이상 안보리에서 논의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마침내 난제는 풀렸고, 단지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서스펜스-

막판에 짧은 드라마로 연출되고 안보리 투표가 시행되었다..

이 서스펜스의 장본인은 시리아였다.

안보리의 강대국들이 결의안에 찬성을 보이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는 더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안보리 위원들이 회의장 주변을 배회하면서, 핸드폰으로 혼란스럽게 연락을 주고 받았다.

시리아 대표들은 어디 있었나? 불참한 것으로 판단되어, 투표는 그들 없이 진행되었다.

-양보-

하지만 이 날의 리얼스토리는 다름아닌 러시아, 프랑스와 독일의 암묵적인 복종이었다.

이라크전을 가장 강력히 반대한 이 세 나라는 이제 미국과 화해할 시간이라고 결심했다.

유엔 결의안 1483호는 이라크 통치에 합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 ‘권한’이라는 말은 미국을 위해 다소 완곡하게 사용된 표현이다.

이라크 원유 수익과 기금의 대부분은 이라크개발기금(Development Fund of Iraq)에 의해 관리될 것이다. 많은 국제단체들이 발언권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무엇을 하든 방해할 수 없다.

미국은 원유 개발 계약을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데로 프랑스를 배제할 수 있다.

안보리 회원국들은 몇 가지 양보사항을 얻어냈다.

유엔 특별 대표로 세르지오 비에라 데 멜로(Sergio Vierira de Mello)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미국, 이라크와 공조하면서 새로운 이라크 정부 수립을 위해 조력할 것이다.

-석유 수익-

미국은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반대한 기존 입장을 완화했다. 하지만 최고책임자인 한스 블릭스(Hans Blix)가 6월말 은퇴할 때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석유 수익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된다.

7페이지 이상의 결의안 중 한 페이지 전체가 이라크 석유 수익이 인도주의 구호물품에 사용되도록 하는 소위 ‘식량 대 석유 계획(oil-for-food programme)’을 지지하고 있다.

결의안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계획아래 프랑스와 러시아 회사들은 미국이 끼어들기 전에, 수십억 달러의 계약으로 수익을 올릴 것이다.

-’이제 충분하다’-

하지만 돈 문제 이상으로 더러운 싸움이 있다.

전쟁에 반대한 이들 나라들은 이제 충분하다는 식으로 매우 간단하게 결정했다.

특히 프랑스와 러시아는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안보리에서 그들의 파워를 다시 세우길 원한다.

이 싸움은 그렇게 대충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존 니그로폰트(John Negroponte)는 마지못해 화해 제의를 했다.

그는 미국이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의 “건설적인 정신”에 감사하며, “우리는 이 중요한 결정을 수행하는데 여러분 모두와 긴밀하게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현실을 가장할 수 없다.

이번 결의안은 새로운 시대를 공식적으로 축복하고 있다. 이제 이라크에서-아마 전세계적으로- 미국이 옳다고 믿는 무엇이든 미국의 ‘자비로운 패권’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자료출처: BBC, 2003년 5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