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월 18일)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투자활성화대책, 의료제도 개선 등에 대해 협의된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국민입장에서 의료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의 협의 내용은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는 국민 입장과는 동떨어져 있고 그 내용도 형편없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이번 협의 결과를 통해 서로 “상호 신뢰를 회복” 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두 기관의 신뢰회복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과 안전 문제를 외면하고 배제함으로서 얻어진 결과다.
의사협회는 지난 몇 달 동안 마치 국민 편에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척 했을 뿐, 결국 돈벌이 의료를 위해 자신의 직업적 소명과 전문성을 헌신짝처럼 내다 버린 합의를 해 주었다. 한가닥의 희망을 가졌던 국민들과 환자들을 버리고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도우미로 의사협회가 나선 꼴이다.
첫째 원격의료는 의협이 정부 안을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원격의료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강조해 온 바대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바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IT재벌업계의 새로운 투자처를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의정협의회 협의결과에는 원격의료로 인한 국민의 추가부담 문제와 안전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제시된 바 없다. 이미 300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원격의료의 효과가 없으며 돈만 많이 든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시범사업을 말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무엇보다도 원격의료는 개인 생체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것으로, 국민 개개인의 질병정보가 기업과 인터넷 망을 통해 유출될 위험이 크다. 최근 금융업계의 개인정보 유출이 초래한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IT재벌과 병원들의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개인질병정보마저 어느 때든 유출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정부와 의사협회는 국민의 질병정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당사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업적 소명을 저버리고 기업편에서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고 협의한 것은 매우 한심스러운 작태다.
둘째 의협은 결국 의료민영화를 지지한 셈이 되었다. 의사협회는 결국 국민 의료비 부담을 폭등시킬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의 핵심적인 내용을 수용했다. 정부가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 중 보건의료 분야는 매우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는 “의료법인 자본 유출 등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하면 투자활성화 대책을 수용하겠다고 합의해 줬다. 결국 병원 자회사 설립 허용을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들이 영리 자회사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병원들의 자회사들의 수익은 어떻게 해도 환자들에게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나면 어떤 방법으로도 실제 병원의 비영리법인이 지키고 있는 의료 공공성을 지켜낼 방법이 없다. 의료비 폭등과 영리병원을 가로막는 길은 외부 투자자들에 이윤 배당을 하는 투자활성화 방침의 전면 철회밖에 없다.
게다가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협회가 협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투자활성화 내용 중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신의료기기·신의약품 허가기준 간소화’ 에 대한 단 한 구절 언급도 없다는 점은 대한의사협회의 수준을 다시 보게 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 하기 위해 투쟁에 나선다는 의사협회의 선전과 노환규 의사협회장의 발언들은 한낱 수가인상을 위한 공문구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병원 자회사로 바이오 치료와 의약품업이 허용되고 이들이 떼돈을 벌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안전판이 ‘규제완화’ 되어야 한다는 의료민영화 정책에 의사들이 직접 나서서 괜찮다며 손을 들어준 것은 대한의사협회가 국민을 모르모트로 만드는 정부 정책에 앞장선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내는 보험료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구조와 과정은 의사협회와 복지부가 ‘담합’ 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현재 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 배제될 수 밖에 없는 현재 건정심 구조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매년 건정심에서 수가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된다. 하지만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등 의료공급자들과 경총 및 제약회사 등 기업주들의 입김에 따라 정부는 들러리를 서며 보험료 수가를 결정해 왔다. 따라서 의정협의회에서 결정한 것처럼 이런 구조의 개혁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개악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내고 있는 당사자인 국민들의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기구로 개혁되어야 한다.
최근 2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의 10조 흑자가 남은 것은 국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남은 돈이다. 병원의 비급여 진료가 너무 많아 본인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그토록 많았다는 것이며, 지금 국민의 형편과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회지표인 것이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은 건강보험의 정상화, 즉 55퍼센트 밖에 안되는 보장성을 OECD 평균인 75퍼센트 정도까지라도 높이는 일이다.
의사협회는 의료정책에 있어 ‘현장성과 전문성을 존중’ 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의 규제는 시급히 완화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현장성과 전문성은 환자의 건강이고 의료접근권을 높이는 전문성이어야 한다. 누구보다도 사람이 아프고 병이 들 때 어떠할지 잘 아는 현장의 의사들이 건강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기업 편에 선다면 한국 의사협회의 미래는 없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와의 밀실 협정으로 마치 무언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하며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의료제도 왜곡을 가져올 의료민영화 정책을 강행하려는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
2014. 2. 18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논평 전문 다운로드 : 논평_의정협의체비판20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