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정부는 분명하고 손에 잡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124개 지부, 136개 의료기관 5만 6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동시에 쟁의조정신청을 하고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중이다. 앞서 국립대학병원, 지방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공공의료기관지부 노동자들은 8월 19일부터 기획재정부 앞에서 “공공의료강화,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농성중이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핵심 요구는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이다. 정부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9월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김부겸 총리는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느꼈을 고통과 피로감, 불합리한 처우 등 파업을 고민하는 의료인의 심정을 이해한다. 정부도 공공의료 확충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해온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유감이게도 “바이러스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지금은 투쟁과 대립보다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대안 제시 대신 코로나19 상황을 파업 억제에 이용하려 하는 듯하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한창인 지금 병상과 인력부족으로 생활치료센터 등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초 대구의 병상과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2018년부터 정부에서는 의료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또한 실행된 것이 거의 없다. 전체 의료기관 중 10%도 안되는 공공병원에서 코로나 환자 80%를 치료하느라 공공병원의 기능과 역할이 무너졌다.”(보건의료노조) 그러나 놀랍게도 올해 공공의료 확충 예산은 사실상 0원이었다.

 

정부는 지금까지 해 온대로 “보건의료인력을 갈아 넣어서” 버티고, ‘덕분에’ 같은 말로 때우기로 코로나19 끝까지 가보려는 듯하다. 그게 아니라면 2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까닭이 없다.

요행으로 코로나19가 잦아든다면 우선은 다행이겠지만 다가오는 감염병 사태에는 대처가 더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의료진은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육체와 영혼이 소진돼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고, 새롭게 충원되는 인력은 1년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이는 감염병 대처에 필수적인 숙련된 인력의 축적을 어렵게 한다.

공공병원 확충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임에도 아직도 제대로 된 확충계획이 없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큰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부랴부랴 병상을 구한다며 허둥대는 일을 다음 감염병 사태에도 보게 될까 겁난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 정부는 사실은 돈을 더 중시한다. 정부가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을 거부하면서 대는 핑계는 언제나 돈이다. 그러나 평범하고 가난한 서민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는 코로나19 대책에 쓸 돈은 없지만, 기업 이윤을 벌충하고 지원할 돈, 한반도 평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첨단무기에 투자하는 돈은 언제나 부족함이 없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에 91조를 지원했다. 이미 중무장한 국가인데도 앞으로 5년간 300조를 투자한다. GDP 대비 국방비는 2.7%로 G7국가 중 미국 다음이라 한다.

상반기에 세수가 지난해보다 48.8조 더 들어왔다고 한다. 지난 추경에는 이중 2조 원을 정부부채 상환에 썼다. 국채는 대부분 부유한 자들이 살 테니 결국 이들에게 돈이 돌아간 것이다. 5년 동안 연 2조 원만 투자하면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최소 공공병상을 확충할 수 있다. 초과 세수의 일부만 투자하면 된다.

 

따라서 정부의 돈 부족은 ‘선택적 부족’이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공공의료와 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나선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요구하는 것이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의 8가지 핵심요구에는 감염병전문병원 조속한 설립, 코로나 치료 인력기준 마련,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공공병원의 시설·장비·인력 인프라 구축,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공공의대 설립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정당한 요구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요구와 파업은 정당하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코로나19라서 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정부는 또 다시 구태의연하게 ‘검토’ ‘노력’ 등의 말로 소나기를 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누가 봐도 분명하고 손에 잡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보건의료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며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2021년 8월 24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 건강정책참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