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료 무사히 다녀왔습니다.(보고)

사진 : 안년현 의료센타 앞에서 진료단

작년만큼이나 준비과정 속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스’로 베트남 일정 자체가 무산되었던 작년에 이어, 진료지역을 새로이 선정하고, 저희 청한과 인의협이 가세를 하여 답사와 준비팀을 꾸리고, 그러던 중 동남아시아 지역, 특히 베트남으로 ‘조류독감’이 유행해서 일정이 확정되기까지 시일이 꽤나 지연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원래 가고자 했던 단원들에게도 개인적인 일정의 변화가 생겨서 인원수가 감소하고, 2월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겨레신문사’ 주최의 ‘한베트남 평화마라톤 대회’마저 취소되고. 그렇지만 마지막 실행 결정을 내린 후, 가고자 하는 단원들의 의지와 그리고 후원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정성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3월 20일 오후 7시 50분 비행기편으로 호치민을 향해 5시간의 비행을 하였습니다. 비는 없지만 습하고도 더운 날씨가 밤까지 계속 되더군요.


미군과 함께 서있는 한국군 마네킹 – 호치민 전쟁박물관 [사진출처: 윤다은]

첫날 일정은 ‘전쟁기념관’을 찾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전쟁을 기억하고자 그리고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기념관의 전시물들은 충격이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행보에 숙연함을 주는 일정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빈딘성으로 이동. 퀴논시 ‘하이오’호텔을 숙소로 잡았습니다. 저녁시간에는 모두의 인사와 함께 통역을 맡아줄 호치민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과의 미팅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하루 먼저 도착해서 통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습니다. 작지만 단단한 몸과 맑은 눈, 밝은 얼굴. 우리의 일정을 다시금 희망차게 해주는 얼굴들이었습니다.

첫날은 ‘안년현의료센터’에서만 진료를 하였습니다. 예전의 지역과 달리 이 곳은 직원들의 협조가 많아서 안내·접수까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진료보조 또한 ‘사(우리나라 군단위)’의 한의사들이 직접 의료센터까지 올라와서 도와 주었습니다.

이튿날부터는 진료팀을 두 개로 나누어서 ‘안년현’과 ‘따이빈사’에서 진료를 하였습니다. ‘따이빈사’ 또한 미리 마련된 진료실과 보조인력들이 있어서 진료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날부터는 ‘위령비’참배와 ‘빈딘성박물관’(맹호부대가 세웠던 옛 ‘한월문화센터’) 방문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한방은 치과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보았고, 일정 또한 빡빡했으나, 한 명 한의사의 탈진 외에는 큰 탈(?)없이 비교적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나 단원들 모두 너무도 열심히 참여하고 전력을 다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구찌터널’과 ‘메콩델타’ 참가팀이 꾸려졌고, 청한의 두 한의사는 한약재 시장을 견학하였습니다. 베트남도 우리의 진료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한약에 대한 요구도도 높았습니다. 그렇지만 한약 엑기스제를 가지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곳에서 직접 한약재를 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 위해 두 분이 수고 해주셨습니다.

정들었던 호치민대학교 학생들과 현지 준비팀을 뒤로하고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선 허탈함과 아쉬움이 피곤함에 묻어 있었지만, 모두의 가슴속에선 또 다른 희망이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인지, 우리가 한 발 나선 일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마무리 할 것인지 담담함 속에서 하나 하나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진료단 총 참가인원은 64인입니다. 한의사 9인 한의대학생 2인을 포함하여 치과의사 치위생사 의사 41인, 통역 16인, 현지 스텝이 6명 참가하였습니다. 총 한방진료 환자 수는 1500명(일일 평균 370명 가량. 참고로 치과는 1150명)이었습니다. 현지 한의사 8분이 도와 주셨고, 호치민대학교 병원 근무 한의사 한 분이 오셔서 전 일정을 함께 하면서 진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준비 및 진료 답사 등에 관한 평가는 다시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만, 다녀온 모든 분들에게서 또 다른 희망과 목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십 년을 내다보는 책임 있는 사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참가했던 모든 분들, 그리고 도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더욱 더 분발하겠습니다.

박용/베트남 진료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