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진료 보고

작성자 : 이상윤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울산에서는 어제 진압되었지만
서울에서는 아직 진행중입니다.
특히 서울 애오개전철역 앞 SK 건설현장의 35m 높이 크레인 위에는
아직까지 3명의 건설일용노동자분들이 20일째 단식 농성 중입니다.

이분들의 요구는
‘건설현장에서 화장실 좀 갈 수 있게 해달라
모래 바람에 흙먼지 섞인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현실을 고쳐달라.
매일 하루에도 2명 이상 죽어가는 건설노동자의
산업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
는 매우 소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SK는 원청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채
자신들은 교섭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발뺌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지지방문 차 노동조합의 진료 요청이 있어 단식자 3분에 대한 진료를 이명하 활동가와 함께 다녀 왔습니다.
저녁 8시30분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근 2시간 가까운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위에 환자가 있는데 의사가 들어가서 환자를 보겠다고 하는데도
경찰과 SK 측은 완강히 막더라구요
제가 의사가 맞냐고 그러면서 면허증 내놓으라고 하지를 않나,
제가 혼자 크레인 올라가기가 무서워서 명하씨랑 같이 올라가겠다고 하니까
혼자만 올라가라고 하지를 않나,
현장 경찰이 올라가라고 하면, SK측의 관리자가 막고
뭐 그런 실갱이를 2시간여 하다가
결국 10시 넘어서야 저와 명하씨, 그리고 경찰측에서 수배한 119구조대원 이렇게 셋이 올라갔습니다.(119 구조대원은 왜 그리 붙여서 올려보내려고 했는지… 제가 그리 의사같지 않아서였을까요?^^)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세 분은 어제 현재 19일째 단식 중이셨는데도 불구하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잘 버티고 계셨습니다. 두 분의 혈압이 좀 높았고, 평소에도 고혈압이 있으셨긴 했지만, 증상과 이학적 검사 상 많이 나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신력이 지탱해주는 것이었고, 체력은 많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40분 가량을 있으면서 심리적 지지 중심으로 상담과 체크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35m k가량의 크레인을 오르고 내리느라 솔직히 겁도 많이 났지만,
그 크레인이 크레인보다 더욱 거대하게 버티고 있는 한국의 그 어떤 현실을 웅변하고 있는 듯 하여, 이를 악물고 버둥거리며 올라갔습니다.
3분의 노동자가 그 크레인에 비하여 왜소해보였던 것처럼
저와 명하씨는 더욱 더 작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어제 밤 저는
골리앗의 등에 올라탄 그들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그건 현실이 된다면서요?
여러사람이 꾸는 꿈에 저도 어제 동참하였으니
그 꿈이 현실이 될 날도 한뼘 정도는 가까워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