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 애드컴 진료지원 다녀왔습니다.
어제 인쇄사업장이 밀집해있는 을지로에 위치한 성진애드컴 노동자 진료 다녀왔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진료지원 요청이 있어서 김동수 회원, 경희대 학생 1명과 함께 가게 되었는데 밤 9시부터 11시 30분 정도까지 해서 11명 진료를 하여 침치료, 약처방을 하였습니다.
성진 애드컴은 80명 정도 규모의 인쇄사업장인데 노동조합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쇄지부 성진애드컴 분회입니다. 현재 7명의 조합원이 사업장 3개 층을 전부 점거한 채 노동조합 인정, 성실한 교섭과 단체협약 체결, 비인간적인 대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17일째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20명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해서 현재 1명이 해고된 상태이고 7명은 정직, 감봉 등 징계를 받은 상태라고 합니다. 출입문도 한 사람 들어갈 통로만 만들어놓고 계단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책상을 걸쳐두고 있었으며 건물 안에는 밤마다 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건물 바깥에서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었고 서울지역 대학생 5명이 연대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농성을 하고 있어서인지 다들 피로가 상당히 쌓인 상태였고 오랜 반복적 작업으로 항강증, 견통, 요통 등이 있었습니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7명의 조합원 전원과 연대활동 나온 학생까지 진료를 하였습니다.
한 여성노동자에게 물었습니다.
“비인간적인 대우 개선을 요구하는데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사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근로기준법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법에 보장된 생리휴가를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사장 아들이란 사람이 생리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그러더군요.”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몸에 불을 댄 지가 언제쩍 이야기인데 정부가 앞장서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부르짖는 지금에서야 근로기준법이란 걸 알았다는 것도 놀라웠고 사장 아들이 생리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최근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 대규모 사업장은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보도가 되어서 알려지긴 하지만 금새 이 어려운 때 무슨 놈의 파업이냐, 니들만 잘 먹고 잘 살래 식으로 매도하기 십상이지만 경찰청노조, 기륭전자, 루치아노최, 성진애드컴 같은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투쟁은 무슨 70,80년대를 떠올리는 요구를 가지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투쟁들이 절박한 만큼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연대활동도 그리 활발하지 못합니다.
성진애드컴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을지로 인쇄사업장 사장들뿐만 아니라 인쇄노동자들에게 관심 대상이라고 합니다. 사장들은 한번 본보기가 되면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될까봐 걱정하고 노동자들은 투쟁이 승리하는 걸 보게 되면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모이기 시작할 것이 때문입니다.
87년 6월 항쟁이후 노동자 대투쟁이 우후죽순처럼 벌어졌던 시절이 있기 전에 여기저기서 소소하지만 절박하게 싸움을 했었습니다. 지금 비정규직, 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도 개미굴이 뚝을 무너뜨리듯 언젠가는 큰 연대투쟁으로 번져갈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