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 의료지원단 2진 3차보고서>

<보건연 의료지원단 2진 3차보고서>

암만입니다.

오늘 오전 10시경 바그다드를 출발하여 저녁무렵 암만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주요한 운송수단은 현지인들이 GMC라고 부르는
차량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겔로퍼 벤(여객 및 화물운송 겸용)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봉고가 승합차를 대표하는 이름이듯, GMC는 그러한 벤타입 트럭을 대표하는 차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그다드에서 암만은 사막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한적한 도로를 시속 120-160km로 질주하여 평균 10-12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그러나 의약품을 운송하는 10톤 트럭의 경우 60-80km/hr 정도의 속도밖에 낼 수
없고, 국경통과 절차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며, 날이 어두워지면 약탈의 위험때문에 안전한 장소에서 날밝기를 기다리는등 이동이 쉽지 않아 지난 1차의약품의
경우 2박3일이 소요되었었습니다. 2차 의약품 운송시 이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의약품의 양이 많지 않다면 수대의 GMC에 나누어 실고 함께 들어가는
방법도 고려할수 있을 것입니다. 1차의약품 운송시에는 암만에서 바그다드 까지 GMC가 800불, 10톤 트럭이 1200불 이었는데, 지금은 다소 낮아졌을 것입니다.
참고로 오늘 바그다드에서 암만까지 GMC 운임은 200불 이었습니다.

1. 진료활동 보고

4월 28일과 29일 양일간에 걸쳐 뉴바그다드의 Daood Al Janabi Central Health에서 양한방 진료를 시행하였습니다. 진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 까지로, 저희 의료진은 의사 1인당 하루 평균 10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하였습니다. 통역을 두고 진료를 하는 관계로 환자를 보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둘째날에는 저녁 9시반이 되어서야 진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의료진의 역할이 진료 이외에도 타 지역의 의료상황 파악과 적절한 의약품의 공급등을 포괄하기에, 아침 진료시작을 10시로 늦추고, 그시간에 반전평화팀과 함께
다른 Health center나 소규모 진료소를 방문하고 필요한 의약품을 전달하는 작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2일간의 진료활동에서 반전평화팀과의 협조관계는 매우 좋았습니다.
현재 바그다드에는 오수현씨와 한상진씨 두분이 남아있는데, 특히 오수현씨의 경우 2일간의 진료 내내 한방진료팀을 도와 성심성의껏 진료보조 역할을 해주었고,
한상진씨는

뉴바그다드 내의 위생환경등을 돌아보고 조만간 트럭을 임대하여
현지인들과 함께
오물과 쓰레기를 수거하고 거리를 소독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 합니다. 반전평화팀의 주 관심분야와 활동계획이 정치적 활동보다는 보건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민들의 생활환경, 위생, 의료시설 및 복지시설 확충 등에
있었기에 저희 의료지원단과의 긴밀한 협조가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기아대책 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한국의 의료진이 1-2일 내로 바그다드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진료에 들어가기로 되어있어,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수술이나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transfer할 상급의료기관이 확보될 수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인들이 한방진료를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요통, 관절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지역으로, 한방의 침이나 뜸에 대한 인기가 높습니다. 청한의 경우 이번 의료진 파견에 전쟁지역에 대한 의료지원 이외에 최초로 동양권 이외의
지역에서 한방진료를 펼친다는 의미를 둘 수 있을텐데, 그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진료였다고 생각합니다.

양방진료의 경우, 이틀간의 진료를 통해 느낀점은, 이라크의 일차의료의 수준이 무척 열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료소내의 약제실에 있는 모든 약을 파악하여 리스트를 작성하였는데, 진통제와 항생제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모든 통증에는
항생제가 처방되었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국내에서와 같이 주사제를 선호하고 경향을 보여주었는데, 현지의사들이 주로 처방하는 주사제는 항생제였습니다.

저희가 진료한 진료소에는 의사가 3명, 치과의사가 2명이라고
들었었지만, 모두가
상근의사는 아니고, 하루중 수시간만 진료하는 의사들이 포함된 숫자였습니다.
환자들이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않아, 현지의사에게 진료를
받은후에도 다시 저희를 찾아와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희가 떠난 후에 현지 의사들과 환자들간의 신뢰도가 악화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히 고려하고
진료에 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를 위해 현지 의사들과의 정기적인 미팅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의료진이 많아지는 4진부터는 현지의사를 구하지 못한
소규모진료소를 순회하며 진료활동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치과진료가 가장 문제가 될 수 있을텐데, 가능하다면 유니트 없이 진료할 수
있는 기본 장비를 가지고 오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방진료의 경우에도 청진기, 설압자, 펜라이트, 햄머, 이경, 체온계 뿐 아니라 혈압계, 혈당측정기등의 간단한 검사장비들이 필요하며, 챠트, 처방전, 약포지 등도 꼭 필요합니다. 약포지는 가능하다면 한글, 영문, 아랍어로
의료지원단 이름을 넣고, 복약방법을 표기할 수 있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반전평화팀 가이드이자 진료내내 저희를 도와 통역을 맡아주었던 암마르씨의 경우 환자들에게
약을 내주면서 한방팀이 준비해온 약포지에 ‘총을 쏘지 맙시다. 동료를 죽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써넣고 있었는데, 이 또한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내원환자들의 주요 질환은 – 확진은 아니지만 임상적으로 추정하기에 – 당뇨, 고혈압, 심부전,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추간판탈출증, 관절염,
소화성궤양 및 위식도역류증 등이었고, 질병초기 진단 및 지속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부분 합병증이 진행된 상황이었습니다. 소아환자의 경우에는 오염된 식수로
인한 설사 환자가 다수를 차지하였고, 황사의 영향인지 천식이나 심한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현지에서 약을 구입할 수가 없기에 이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약제실 근무자는 약사가 아닌것으로 파악되는데, 처방된 약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으며, 처방약의 용법과 용량과는 무관하게 모든 약을 최소
포장단위로 하나씩 집어주는 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한번먹는 약이건 세번먹는 약이건 무조건 10개 단위 포일포장을 하나씩 주는 식입니다. 현지의사들의 처방전 양식도 이에 적절히 조응하여 복약횟수는 있어도 처방일수가 없습니다.(^^;;)
약제실에는 많지도 않은 약들이 정리되지 않은채로 어지럽게 섞여있었고, 하루에
열번정도는
약을 찾아주러 불려가야 했는데, 현지 약제실 책임자가 저보다도 약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던 셈이지요. 그나마 물어보지도 않고 비슷한 이름의 약을
집어주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3차 의료지원단에 건약 선생님이 포함되었다고
들었는데, 오시
면 할 일이 아주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뉴바그다드에는 주로 시아파들이 거주하며, 이들은 정치적 차별대우로 인해 이라크 안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저희
의료지원팀이 바그다드 시내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고 이런 빈민지역의 진료소를 찾아들어갈
수 있었던데는 반전평화팀의 협조가 절대적이었습니다. 또한 반전평화팀이 자신들의 조사와판단에 조응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역시 저희 의료지원팀의 협조가
절대적으
로 필요하였을 것입니다. 이제 어느정도 오해도 풀렸고, 3진부터는
별다른 마찰이나 갈등없이 공조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됩니다.

저희는 이곳 바그다드와 암만에서 서울(그리고 대전^^) 사정을 잘 모르는 상태로 생활하고 있기에, 간혹 저희의 보고서가 서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능한
명확히 게시판에 올려주시면 도움이 될것입니다. 이곳보다 훨씬 많은 일들에
정신없으실 여러분께 짐이아닌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은, 오늘 밤 필요 의약품 리스트를 뽑고, 내일 전 폴을 만나 입금 확인 및 의약품 주문을 할 예정입니다. 현지의 주말이 내일과 모레인 관계로, 시간이 촉박할것같아 걱정됩니다. 내일 저녁 4차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식적인 보고서는 보건연소속 연관단체 및 한겨레측 게시판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암만에서 이영욱, 고수정, 송관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