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욱 (rocco@jinbo.net)
2003/5/11(일)
Re.. 보언..
3진의 동분서주, 고생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보고서 내용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
록 몇가지만 첨언하겠습니다.
일단 health center에서 나와 알바디아 학교에 설치된 진료소에 결합한것은 무척 잘된 일입니다. 오전
은 현지의사가 있다하니 임연선생 혼자 진료해야하는 현실에서도 적당한 선택이었다고 보입니다. 또
한 4진이 결합된 이후를 위한 독자적인 진료소 신설을 모색하는 것도 올바른 방향설정으로 생각되
며, 4-5진의 진료활동 후에 현지의사들에게 인계될 수 있도록 고려한다면 지원단의 한시적 활동의 문
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예방주사 문제는 좀 더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일회적 접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
니고, 접종율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국가적 접근이나, 최소한 국가적 접근에 준하는 장기적 계획,
물량, 통제권 등을 가진 조직이 담당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장에서 느
낀 그러한 필요성을 국제적인 구호단체나 WHO 등에 보다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호소하는 정도
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며, 이 부분은 바그다드가 아닌 서울에서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아이스박스는 백신접종 등을 고려한 주문인것 같습니다만, 스치로폴 재질의 아이스박스라면 지속적
으로 드라이아이스나 얼음을 채워넣는것이 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만약 가져가신 인슐린 정도의
소량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라면 임시로 health center등에 있는 냉장고(있는지 확인은 못했습니다
만..^^)를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지속적인 사용이 필요한 경우라면, 전기가 들
어오는지(혹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현지에서 냉장고를 구입하는 것은 어떨지요. 이
곳에서 알 수 없는 현지의 상황이 있을테니 다시 한번 구체적인 필요성 여부를 확인해 주심이 좋겠습
니다.
정수제의 경우, 이번에 가져가신 물량이 저희와 거래했던 약품회사에서 구할 수 있는 전량이었습니
다. 더 준비해달라고 부탁하였고, 아마도 4진이 추가물량을 가져갈 것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약품회사측 설명으로는 한알로 1톤(사방 1m의 정사면체에 해당하는 물)의 물을 정수 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아니었나 보군요.^^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국가적 개입 이전까지 가능한 대책
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며, 우리가 개입할 수 없는 지역들에 대한 유사한 지원을 위해, 마찬가지로 국
제구호단체나 WHO 등에 현지의 상황과 우리의 노력 등을 알려주고 해결책의 모색에 함께 노력하여
줄것을 호소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현지 약제실 근무자는 대부분 자원봉사자로 보입니다. 저희 2진이 진료했던 health center의 약제실
근무자의 경우도 약의 성분이나 약효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으며, 현지 약제실에있는 약을 파악하
여 처방을 했음에도 약을 찾지 못하여 비슷한 이름의 다른 약을 들고 이약이 맞느냐고 물으러 오는 일
이 비재했으며, 더 황당한 것은 이미 여러번 처방했던 약을 마치 처음인양 물어 올 경우입니다. 그렇
다면 지금까지는 도대체 어떤 약을 준 것일까 머리가 멍해지곤 했지요.^^
진료실에는 챠트가 없고, 명함크기의 메모지의 한쪽면에 아랍어로 날자, 이름, 나이가 적혀있고, 반대
쪽에 처방을 써 넣는 식이었는데, 기재내용은 약이름, 1회 복용량 곱하기 1일 복용횟수가 전부였습니
다. 처방일수에 대한 언급도 없었고, 약국 근무자가 처방된 약들을 최소포장단위로 하나씩 집어주며
하루 몇번 먹는등의 복약지도를 하는것으로 보였습니다.
하루 한번 먹는 약이나 하루 세번 먹는 약이나, 10알단위 포일포장 하나씩을 주었고, 시럽제도 무조
건 한병을 집어 주었습니다. 이것은 아랍권에 유사한 상황인지, 암만의 약품회사에 문의하여도 우리
나라에서처럼 조제용으로 나온 500T, 1000T 단위 대용량 포장은 없었으며, 1L 들이 물약도 없었고,
시럽제를 담을 프라스틱 용기도 없었습니다.
현지의 의료현실에 어느부분까지 조응하고 어느부분부터 고치도록 노력할 것인가가 애매하기는 하
나, 최소한 임시방편으로 비전문인력에 의해 운영되는 약제실의 경우, 약 정리, 처방전 판독법, 조제
요령, 복약지도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오히려 전문인력이 아니기에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할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확인된 바는 아니나..)
암만에서 확인된 바로는, 우리가 흔히 설사환자에게 처방하는 정장제(유산균제제)나 흡착제(스멕타
등)는 아예 생산이 되지 않는다 하였으며, 지사제 마저도 로페라마이드 정제뿐, 유소아를 위한 시럽류
는 없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인프라의 한계로 보이며, 한국에서 이들 의약품을 가져가는 일은,
우리 의료진의 진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 말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기타, 글로 다 쓰지는 않겠다고 했던 현지에서의 문제는, 아마도 반전평화팀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일
것입니다. 이미 3진과의 인수인계과정에서 구체적인 문제들이 논의된 상태이므로 시행착오 없이 잘
해내고 있을줄로 믿습니다. 이 문제는 글로 언급하기에 부적절할 수 있기에, 현지에서 인수인계시에
논의되는것이 좋을것입니다.
독자적인 진료소 운영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문제는, 예를 들어 한방진료의 경우, 한의사가 아
니더라도 발침(침 뽑는것?), 부황기소독 등을 도와줄 보조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2진의 한방진
료시에는 반전평화팀의 오수연씨가 이 역할을 도와주셨는데, 이것이 지속적인 역할분담이 될 수는 없
기에 이 역할을 수행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현지인 자원봉사자를 교육시키는 방
법도 있고, 아예 5진에 자원봉사자를 함께 구성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규모의 문제이지요. 현재와 같은 상징적 의미의 의료지원단(제 개인적인 판단이니 오
해 없으시길..^^)에서 자원봉사자가 포함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어쩌면 5진에 포함된다는 보
건의료노조의 간호사분이 현지 활동의 역할분담에서 이러한 역할을 맡아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만, 결국 미리 고민할 문제는 아니며, 현지에서 직접 현장을 접하고 난 후라면 오해없는 역할분
담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곳 바그다드 에서는 미리부터 가능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 한것
도 없으니까요..^^
이상.. 보고서에 대한 보충설명 겸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만, 쓰다보니 보고서에 대한 보언인지 3
진에 대한 답변인지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제가 아직 이곳이 바그다드인지 대전인지 오락가락 한가
봅니다. 새벽까지 잠 못이루고 오전진료 내내 졸리운것도 여전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