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전후 이라크 문제(2003.05.16)
미국 주도의 이라크 임시 정부가 질서를 회복하고, 이라크를 민주주의로 인도할 것인가, 그렇다면 유엔은 어떻게 관여할 것인가? 희생자 집단의 무덤들이 얼마나 더 발견될 것인가? 그리고 대량살상무기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라크 전쟁은 미국과 다른 연합국들의 의도대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전후의 상황은 예상보다 더 복잡해지고 있다. 분명 몇 가지 상황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공무원들이 다시 급료를 받고 있다. 비록 전쟁 전에도 단지 일부만 받기는 했다. 지방 정부가 재조직되고, 시의회가 설립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과도정부가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전담팀을 조직했다. 하지만 종전 후 한 달이 더 지났지만, 연합군은 바그다드의 일부 지역에서 질서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고, 물, 전기, 의료 등 필수 서비스들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라크인들은 더욱 절망하고 있다. 무법상태로 인해 재건을 위한 주요 자금원인 이라크 석유산업을 재가동 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미국 주도의 과도 정부가 이슬람 근본주의의 부활을 억제느라 애쓰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가 민주주의가 아닌 신정통치로 가도록 위협하고 있다.
과도정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자, 퇴역 장군인 제이 가너(Jay Garner) 대신 전 국무부 테러담담국장인 폴 브레머(Paul Bremer)가 후임으로 임명되었다. 브레머는 5월 15일 임기가 시작 된 첫 주 기자회견에서, 법과 질서를 회복하는 일이 그의 최우선 과제라고 다짐했다. 그는 미국이 훈련한 수 천명의 이라크 경찰이 바그다드에 투입되어, 지난 48시간동안 200명의 용의자를 구금했다고 말했다.
외교적 차원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에 이라크 경제재제조치 철회에 대한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정부가 선거로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까지 이라크를 통치하기 위한 것이다. 이 새로운 안은 이라크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의무가 나와있지 않다. 따라서 프랑스, 러시아와 다른 국가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 국가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재건을 위해 유엔의 중요한 역할을 약속하고 하지만, 원점으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제재조치를 철회해서 이라크가 신속히 다른 나라와 통상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프랑스와 러시아는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로 돌아와서, 더 이상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철회하기를 제안했다. 미국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은 목요일 미국이 이 제안에 동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곧바로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와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그렇게 크게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독일은 프랑스와 러시아와 함께 ‘반전’ 진영에 있었다. 하지만 파월은 금용일 독일 수상, 게르하르트 쉬뢰더(Gerhard Schroeder)를 만나 조속한 철회 지지를 얻었다. 쉬뢰더는 “우리는 제재조치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있다. 연합국들은 후세인 제거에 대한 다음의 두 가지 주요 이유를 들었다.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특히 시아파 무슬림과 쿠르드족- 살인적인 만행과 국제 사회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그것이다.
첫 번째 이유로,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이번 주 이라크인 수천명이 힐라(Hilla) 근처에서 발견된 집단 무덤에서 실종된 가족과 친척들을 찾고 있다. 종전 후 이 무덤이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면 남부도시 바스라에서 대략 천명의 시신이 있는 구덩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힐라에서 발견된 것이 지금까지 가장 큰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지 자원활동가들은 이미 그 곳에서 3천구의 유골이 발견되었고, 만 5천명 정도가 매장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시신들은 1991년 후세인 정권에 반대한 시아파 반란 후에 죽은 정치범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것이라고 판단한다. 인권단체들은 대략 2십만명이 이라크 전역의 집단 무덤에 묻혀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추적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개전 후 부시는 이라크가 대량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세인이 물러나지 않으면, 이 무기들이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무장해제는 전쟁 전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미국 정치인들과 외교관들이 줄곧 강조한 문제다.
하지만 현재까지 무기에 대한 성과는 미약하기만 하다. 사찰단은 어떤 화학무기도 발견하지 못했다. 어떤 새로운 핵무기 프로그램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전쟁 전 이라크가 니제르로부터 핵무기 재료를 구입하려 한다는 정보부 보고서는 의심 받아왔다.) 생화학무기에서 약간의 성과는 있었다. 미군이 트레일러 두 대를 붙잡았는데, 이 차량들은 이동식 세균무기 연구실과 테스트 실험실로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후세인의 고위 미생물학자 2명이 체포되었다. 이들 중 한 명인 리합 라쉬드 타하 알아자비 알티크리티(Rihab Rashid Taha al-Azzawi al-Tikriti)는 일명 ‘세균 박사’라고도 하는데, 탄저병(anthrax)과 보툴리누스균을 생산했다는 사실을 시인했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위협에 대한 억지책으로 개발되었으며, 이라크의 모든 생물무기는 이미 오래 전 폐기되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라크가 강력한 “살인 무기”가 없다는 사실에 분명 실망하는 분위기이다. 개전시 미군은 19곳의 무기고 리스크를 작성했다. 5월 11일까지 2곳을 제외하고 모든 곳이 수색되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미국은 무기 수색을 거의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5월 13일 국제전략연구소(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가 금지 무기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하자 아마 씁쓸했을 것이다. IISS 이라크 전문가인 게리 사모아(Gary Samore)는 “화학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건 매우 놀라운 사실이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금지 무기 증거가 불분명해지자, 방침을 바꾸었다. 무기 수색 부대를 해산시키고, 대신 민간 전문가를 대거 투입하여, 후세인 정권이 남겨놓았을지 모르는 증거들을 찾게 했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인 라이스(Rice)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가 유해 무기를 은닉하기 위해 가상 검열 시스템을 운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것은 우리를 교묘히 속이는 복잡한 프로그램이어서, 이를 해결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자만 우리는 해 낼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처음부터 미국은 후세인의 금지 무기들을 추적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지 해명하라고 점점 압력이 가해지자,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가 위협적인 존재였다는 기존의 설명들을 바꾸어야만 하는 압박감에 있다. 미국은 최근의 브리핑에서 위협은 대량 무기고가 아니라, ‘제때 운영되는’ 무기 수송시스템이다”라고 언급했다. 다시 말하면 이라크가 수 톤의 살상 무기를 멀리 비축하는 대신, 즉시 그것들을 집결시킬 수 있는 색다른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정치 재건으로 인한 혜택을 강조하면서, 무기 수색 문제로부터 주된 관심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은 정치 재건만으로도 군사 행동이 정당화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아니다.
(자료출처: ECONOMIST, 2003년 5월 16일)